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이처럼 인문학이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진정한 부(富)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이다. 책의 원제가 ‘Riches for the Poor(가난한 자들을 위한 부)’인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저자는 말한다. “인문학이 여러분을 부자로 만들어줄까요? 분명히 그럴 것입니다. 단, 돈을 많이 벌게 해준다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의미에서의 진정한 부자로 말입니다.”
그런데 인문학이 가난한 자들만을 진정한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일까. 인문학을 통한 성찰적 사고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 아닐까.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추천사에서 “인간으로서의 삶과 가치에 대한 자각은 최하층 빈민들보다 더 많은 것을 잃고 있는 바로 우리 자신들의 과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Q. 클레멘테 코스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A. 일주일에 두 번씩 예술사, 역사, 논리학, 철학, 문학 등 5과목을 배운다. 모두 문화를 관통하는 주제들이다. 따분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예술사에서는 일상에서 미적인 감상을 끌어내는 방법을 배운다. 논리학은 글쓰기와 관련 있다. 첫 과정에는 노숙인, 미혼모, 이민자 등 가난한 사람들 31명이 참가했다. 강의는 약한 수준의 소크라테스 방식으로 진행됐다.
Q. 소크라테스 방식이란 무엇인가.
A. 클레멘테 코스의 중요한 특징이다. 일단 학생들에게 학습 자료를 읽어오게 한다. 수업 때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질문하고, 학생들은 교수에게 다시 질문한다. 학생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어느 순간 앎에 이르게 된다.
Q.클레멘테 코스는 또 다른 민주주의의 경로를 암시하는 것 같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가난한 사람들에게 우선 필요한 건 빵이 아니냐는.
A.물론이다. 하지만 한 조각의 빵을 주면 하루의 배고픔밖에 해결해주지 못한다. 그들이 영원히 배고파하는 건 자유다.
● 책소개
'클레멘트 코스'란 노숙자, 빈민, 죄수 등 최하층 빈민들에게 정규 대학 수준의 인문학을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도입돼 점차 확산되고 있는 이 ‘희망의 수업’의 창시자 얼 쇼리스가 클레멘트 코스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 저자 및 역자 소개
* 저자 : 얼 쇼리스
소외계층을 위한 정규 대학 수준의 인문학 교육과정인 클레멘트 코스의 창립자이다. 시카고대학교에서 공부하였으며, 언론인, 사회비평가, 대학강사,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1972년부터 '하퍼스'지의 편집자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는 '뉴 아메리칸 블루스', '위대한 영혼의 죽음' 등 다수가 있다.
그러나 어디서 공부했고, 어떤 책을 썼다는 정보보다도 이 책이야말로 얼 쇼리스가 어떤 사람인지를 가장 잘 말해주고 있다. 이 책에는 그의 생각과 삶의 결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특히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그리고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한 그의 배려와 열정, 그리고 놀라운 실천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클레멘트의 기적은 결코 기적처럼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얼 쇼리스의 위트와 유머스러움 속에는 촌철살인의 지혜가 번득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에 관한 가장 중요한 정보는, 그는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사람에 대해서, 모든 어렵고 약한 이들에 대해서,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해서…….
*역자 : 고병헌 외
고병헌: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평생학습사회연구소 소장
이병곤: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대우교수, 광명시평생학습원 전 원장
임정아: 성공회대학교 교양학부 대우교수, 평생학습사회연구소 부소장, 대학발전실 실장
이들은 성공회대학교가 수탁운영하고 있는 광명시평생학습원 식구들과 한 팀이 되어 평생교육, 시민교육, 교육복지 영역 등에서 대안적인 전망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망(vision)이라는 것은 원하는 미래를 꿈꾸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 비로소 가능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함께 학습하고, 기획하고, 실천하고, 그 결과에 대해 함께 성찰하면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평생학습사회’ 실현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의 경험에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교육’이야말로 동토에 삽을 박는 것과 같은 ‘희망 만들기’일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고, 이러한 믿음을 담아, 그리고 클레멘트 코스의 기적을 이 땅에서도 일궈보겠다는 신념으로 이 책을 번역하였다. 이 책에 담긴 생각과 귀한 실천들이 이미 그러한 실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확신을, 마음은 있었으나 어떤 이유로든 나서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의지와 용기를,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성찰적 삶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 목차
한국 독자들에게 드리는 글
제1장 록펠러보다 더 부유하게
제2장 빈곤의 게임: 정의
제3장 서로를 위해 태어나다
제4장 빈곤의 황금시대
제5장 무력의 포위
제6장 무력의 반작용
제7장 노동에 대한 그릇된 생각
제8장 배제된 시민의식
제9장 문화를 넘어서
제10장 정치적 삶의 확립
제11장 감옥에서 클레멘트 코스의 영감을 얻다
제12장 급진적 인문학
제13장 클레멘트 실험이 시작되다
제14장 바드대학 클레멘트 코스
제15장 교육과정
제16장 응용과 자기비판
제17장 다른 나라, 다른 문화
제18장 결론: 위험한 추론
옮긴이의 말
● 출판사 리뷰
사람들은 왜 가난할까?
미국의 언론인이며 사회비평가인 얼 쇼리스는 지금부터 10여 년 전, 우연한 기회에 교도소를 방문해 한 여죄수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사람들이 왜 가난할까요?”라는 쇼리스의 질문에 비니스 워커라는 이 여인은 “시내 중심가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정신적 삶이 우리에겐 없기 때문이죠”라고 대답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중산층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연주회와 공연, 박물관, 강연과 같은 ‘인문학’을 접하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깊이 있게 사고하는 법, 현명하게 판단하는 법을 몰라 가난한 생활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때 쇼리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인문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1995년 노숙자, 빈민, 죄수 등을 대상으로 정규 대학 수준의 인문학을 가르치는 수업인 클레멘트 코스를 만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최고 수준의 교수진들이 모였고, 딱딱하고 어려운 강의를 피하기 위해 소크라테스식 대화법을 이용해 참여자들과 토론 위주로 수업을 진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참여자 31명 중 17명이 끝까지 강의에 참여했고 이 17명은 모두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직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언어표현 능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것이다.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 인문학을?
대부분의 대학에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고, 그 자리에 부자들의 담론인 ‘노동연계복지’를 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 형태의 교육과정들이 들어서고 있다. 많은 대학에서 인문학 교육과정이 직업훈련으로 대체돼가는 이런 현상은 클레멘트 코스가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존의 사회복지정책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면 인문학이 이렇게 부자들에게서도 홀대받는 마당에 왜 굳이 가난한 이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려고 하는가?
국가가 어떤 이유에서든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에 관심을 두게 될 때마다 쓰는 방법은 항상 똑같았다. ‘훈련’이 바로 그것이다. 복지정책이 이런 식으로 흐르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란 일반인들과는 뭔가 다른 존재, 즉 능력이 부족하거나 별 가치가 없는 사람들, 또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모두 가진 존재라는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클레멘트 코스는 빈민들을 동원해 훈련시키는 대신 그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성찰하도록 돕는다. 자신을 돌아보는 힘을 밑천으로 자존감을 얻고, 자신의 삶의 질을 높이며 더 나아가 ‘행동하는 삶’을 살도록 함으로써 한 사회의 시민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의지를 심어주는 것은 공공근로와 같은 사회적 일자리나 빈민을 위한 소액대출 같은 제도처럼 경제적인 측면에서 직접 도움을 주지는 않지만, 빈민들이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갖게 해줌으로써 직업 훈련의 효과를 준다. 쉽게 말하면, ‘하루 먹을 물고기’가 아닌 ‘고기를 낚는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다. 그리고 (지은이에 따르면) 이것은 일종의 의식의 혁명이며, 시민으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의 시작이다. 이를테면, 시장의 논리와 부자들의 담론을 넘어선,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하는 가장 부드러운 혁명인 것이다.
클레멘트 코스의 확산
클레멘트 코스는 미국에서 시작됐지만 이제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수강생들로 하여금 공적인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하고, 가난으로 인한 고립에서 벗어나 시민으로서의 정치적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목표 말고 정책적으로 변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각 나라의 지역적 특성에 맞춰 코스를 만들고 교수진을 구성하며 커리큘럼을 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2006년 10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4개 대륙, 6개 나라(미국, 캐나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호주, 한국 등), 57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고, 최근에는 아프리카 대륙의 가나에서 클레멘트 코스를 개설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클레멘트 코스는 진행되고 있다. 2005년 3월 광명시평생학습원의 광명시민대학(창업경영학과)을 시작으로 2005년 9월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의 성프란시스대학이 개설됐으며, 2006년에 새롭게 두 곳이 더 생겨났다.
다시, 인문학만이 희망이다
지은이 얼 쇼리스는 인문학이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무력의 포위망’에서 벗어나 일상을 자율적이고 자신감 있게 새로 시작하도록 이끌어 준다고 말한다. 인문학을 통해 생활에서 이런 태도를 갖게 된다면 사람들과 자유롭게 관계 맺을 수 있고 이런 자율성을 바탕으로 힘에 의한 권력(force)을 벗어나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정당한 힘(power)을 얻어 윤리적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문학을 배우는 것, 인문학을 통해 성찰적 사고를 키우는 것은 가난한 이들의 재활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인문학은 이 책을 읽고 있는 바로 우리가 틀에 박힌 삶의 틀을 깨고 인간적인 삶,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추천사에 담긴 신영복 선생의 말처럼 “인간으로서의 삶과 가치에 대한 자각은 최하층 빈민들보다 더 많은 것을 잃고 있는 바로 우리들 자신의 과제이기도 하다.”
[자료출처 : YES24]